지난달 한국의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있었다. 그중 95명이 판사 임용을 기다리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사람이 판사로 임명된다는 사실을 미국인이 알게되면 모두 놀란다. 대부분 20대인 젊은이들이 일천한 경험으로 어떻게 세상사를 판단할까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나름대로 이 시스템을 매우 잘 꾸려온 것 같다. 미국에서 1심 판사는 혼자서 재판을 맡지만 한국에서는 3명의 판사가 합의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판사는 부장판사로부터 배우면서 지혜와 경험을 늘려가게 된다.
미국에서 판사를 뽑는 방법은 한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때로는 미국인들도 기이하게 생각한다.
뉴욕주에서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판사가 된다. 변호사 자격을 갖출 필요도 없다. 필자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변호사가 아니라 치과의사인 판사 앞에서 변론한 적도 있다(어쨌든 그는 필자를 승소하게 해줬으니 불만은 없다).
정당 지도자들이 판사 후보를 지명하고, 후보 가운데서 선거로 판사를 뽑는다. 이러한 판사 선발 방식에 대해 판사 후보로 지명받지 못한 한 여성이 소송을 제기했다. 정당 보스들의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뉴욕주의 이런 판사 임명 방식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서 판사를 선출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연방판사는 1심·2심·3심 모두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한다. 지명자는 대개 미국 변호사협회의 검증을 통해 적격 여부를 평가받지만, 필수요건은 아니다. 이 절차는 매우 정치적이어서 대부분의 경우 공화당 대통령은 공화당원을, 민주당 대통령은 민주당원을 판사로 임명한다.
주 판사를 뽑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18개 주에서는 주지사 또는 주의회가 임명한다. 32개 주에서는 선거로 판사를 뽑는다. 이 중 19개 주는 정당의 관여 없이 비정당선거로 선출하고, 뉴욕주를 포함한 13개 주에서는 다른 정무직과 마찬가지로 정당이 후보를 지명한 뒤 선거로 판사를 선출한다.
뉴욕의 경우 다른 주와 달리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고 정당 지도자들이 후보자를 공천한다. 문제가 된 사건에서 1심· 2심 재판부는 이 제도가 부당하다고 보았다. 선거로 뽑히지도 않았고 정당성도 없는 몇몇 정당 지도자들이 판사 임명권을 쥐고 있는 데다 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대중의 선택을 받을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정당 지도자들과 가까운 사람만이 판사 후보로 공천되어 선출될 기회가 있으니 정실(情實)주의로 흐를 우려가 크다. 원고는 정당이 판사 선출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고, 법원이 공개 경선을 명령해줄 것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뉴욕주의 제도가 정의롭지 않을 수 있으나 위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전통적인 선거방식에 있어 정당의 후보지명이 공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헌법이 일언반구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별개 의견에서 어떤 정책이 현명한지 여부와 합헌인지 여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은 어리석은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더굿 마셜 대법관의 말을 인용했다.
누가 판사가 되느냐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보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먼 옛날 로마인들이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이렇게 썼다: “Quis custodiet ipsos custodes?”(누가 감시자를 감시할 것인가?)
변호사 자격 없어도 판사 되는 미국
티머시 J오브라이언 미국뉴욕주 변호사 | 제47호 | 2008020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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