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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무상, 요양원에 쓰여 있던 글.

自公有花 2019. 6. 20. 10:30

 

 

 

 

 

 

 

 

 

 

 

 

 

 

 

 

 

요양원에 쓰여 있던 글.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하고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가지 않는다한탄하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하리요?

보고픔만 더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가는지..

애지중지하던 자식을 봐도 몰라보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하게 하루 세 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이 십여 남매 있으면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이 유명인사면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 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들 뒷바라지했든들 무엇하리요.

작디 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니..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이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소이다.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괴로움만 더한 것을..

 

[펌글]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