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2일 (수) 06:07 연합뉴스
"타워팰리스 아예 쳐다보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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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을 준비중인 서민층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들의 각종 생활을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수시로 일반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통계청 조사원들이 하는 말이다.
통계청 직원 봉급으로는 비싼 타워팰리스를 사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조사를 할 때 타워팰리스처럼 고가주택의 경우 아예 접근도 하지 못하니 미리 포기하라는 뜻이다.
통계청은 5년마다 하는 인구총조사는 물론, 국민들의 소비지출을 포함해 경제사회적 동향과 의식, 태도, 문제점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 이를 수치화해서 공표하기 때문에 사회나 경제 흐름을 알게하고 이에 따른 정책수립과 장기적 국가경영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대로된 정보를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돼 있고 맞벌이 등으로 낮에는 집을 비우는 경우도 늘어 일반가정에 대한 조사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특히 고가주택에 사는 부유층일수록 조사원을 잡상인 정도로 취급해 접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통계청은 12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활동인구 조사나 가계조사, 인력실태 조사 등을 할 때 전국에서 3만~6만가구를 무작위로 선정, 수입과 지출, 일하는 시간 등을 묻고 있으며 심지어 가계소비동향 조사는 아예 대상 가정이 가계부를 꼼꼼히 작성하도록 부탁해 이를 놓고 통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무작위로 선정한 가구에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고가주택이 끼어 있으면 아예 포기하고 만다.
베테랑 조사원들이 아무리 협조를 구하고 이리저리 방법을 강구해도 이른바 '액세스코드(access code)'를 얻지 못해 해당 가구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데다 혹시 접근이 되어도 응답을 얻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조사가구 개편으로 새롭게 조사대상에 편입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아니그마빌 현대빌라의 경우 전가구가 300㎡ 이상의 대형고가주택으로 조사원은 한 집도 접근을 하지 못했으며 삼성동의 롯데캐슬 역시 200㎡ 이상 고가주택으로 역시 표본산정조차 하지 못했다.
여의도동 은하아파트의 경우 10가구를 조사해야 하지만 2가구만 가능한 상태이며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역시 9가구를 조사해야 하지만 2가구만 응답을 해주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아파트들은 관리인들이 전혀 협조를 안하기 때문에 현관문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타워팰리스는 조사대상에 포함된 적이 있어 시도를 했다가 포기했고 삼성동 아이파크 등 여타 고가주택들도 아직 시도는 안해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임시직원을 포함, 1천454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통계조사원들이 맡는 조사가구는 1인당 평균 85가구로 평일 주간에 59.8%, 야간에 32.5%, 휴일에 7.7%가 조사되고 있다.
임시직원의 경우 월 인건비는 134만원 수준이다.
요즘은 단독가구(19.8%)나 맞벌이가구(24.5%)가 전체의 절반정도나 돼 조사원이 가구를 방문하더라도 적절한 응답자를 만나기가 어렵고 비협조적인 가구도 많아 가계조사처럼 복잡한 내용인 경우 숙련된 조사원이 면접해도 16.7%는 가계부 회수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사경력 25년의 한 주부 조사원은 한 수기에서 "사이비종교 전파자나 상품판매원, 심지어 거지 취급까지 받으면서도 다음날 또 미소지으며 해당가구를 방문하는 것이 조사원들의 운명"이라면서 "어떤 집에서는 주인아저씨가 '꺼지라'며 죽일 듯 소리지르는 바람에 도망쳐 지하주차장 계단에 숨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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