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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對 전기톱… 대선 앞 난장판 국회

自公有花 2007. 12. 14. 20:10

쇠사슬 對 전기톱… 대선 앞 난장판 국회


BBK특검·검사 탄핵… 신당- 한나라 대충돌, 親朴 의원들도 대거 참석… 한나라 원천봉쇄
신당 연좌농성·몸싸움 펼치며 본회의장 진입, '잘~ 가세요' 야유 '×××내려와' 욕설 난무

14일 국회는 전쟁터였다. BBK 주가 조작 사건 특검법 통과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문을 쇠사슬로 걸어 잠근 채 이틀째 결사항전을 했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쇠사슬을 전기톱으로 끊고 본회의장에 진입해 의장석을 놓고 한나라당 측과 대치했다. 대선 이후 치러지는 2008년 18대 총선의 정국 주도권을 염두에 둔 양당의 피할 수 없는 한 판 충돌이었다.

■ 결사항전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신당의 BBK 사건 수사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이명박 특검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 20여명은 탄핵소추안의 투표절차 돌입이 가능해진 13일 오후 3시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뒤 시작한 농성을 이날도 이어갔다.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국회 3층 로텐더홀 쪽 정문은 쇠사슬과 케이블 동선과 소파 등을 이용해 완전 차단했다. 의원들은 2층 속기사실을 통해 본회의장을 드나들었고,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진이 입구를 지켰다.

14일 아침 긴급 의원총회도 본회의장에서 열었다. 혹 자리를 비웠다 신당에 본회의장을 빼앗길까 염려한 까닭이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8명 가운데 110여명은 대선 유세도 잠정 중단한 채 본회의장에 속속 집결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등 지도부급과 김무성 유정복 의원 등 친박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안 원내대표는 “표결까지 가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본회의장을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재철 수석부대표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면에서 몸싸움을 하지 말고 의장석 주변에 집결해 달라”고 구체적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 처리 시도한 신당

신당도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비공개 의총을 열어 특검법과 검사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한 전의를 다졌다.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씩 이어진 의총은 긴장 자체였다. 소속의원 141명 중 11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도 대단했다. 의총 결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특검법은 의장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통과시키기로 결의했다.

김근태 이해찬 선대위원장 등은 직권상정을 거부하며 치료를 이유로 자리를 피한 임채정 국회의장을 병원까지 찾아가 설득했다. 하지만 임 의장은 “심사숙고 중”이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신당 소속인 이용희 부의장도 의총 도중 직권상정에 난색을 표시하며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는 불법인 만큼 BBK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재천 선대위 대변인은 “질서유지권,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의장석은 반드시 되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 쇠사슬 끊고 진입

양당의 본격적인 충돌은 오후 들어 시작됐다. 신당은 당직자와 보좌진을 상임위별로 나눠 본회의장 입구에 배치했고, 한나라당 측이 지키고 있던 속기사실 입구를 몸싸움 끝에 차지했다.

오후 2시30분 신당 의원 100여명은 본회의장 입구에서 닫힌 문을 흔들어대며 “본회의장 문을 막은 것은 불법”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본회의장 내에서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의원 70여명의 움직임도 급박해졌다. 안 원내대표 지시로 의장석 주변을 두 겹으로 둘러싼 채 특검법 상정 저지에 전력을 다했다.

문이 꿈쩍도 하지 않자 신당 의원들은 로텐더홀 바닥에 앉아 특검법 처리를 요구했다.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의원 생활 20년 만에 이런 연좌농성은 처음이고 5공화국이 부활하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관계자 50여명이 신당 의원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잘~가세요 잘가세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야유하자 신당 관계자들이 반발해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신당은 이후 전기톱을 이용해 정문 쇠사슬을 제거했다. 이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 등이 이들의 사진을 찍으며 저지했다. 그러나 쇠사슬은 결국 제거됐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밀려들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몰려가 신당 측의 의장석 점령을 막았다. 이들의 대치와 공방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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