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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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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27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주장은 국민 건강을 빙자한 반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색깔론을 폈다.
홍 원내대표는 2년 뒤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이자 서민대책특별위원장이 됐고, 다시 3개월 후 '반미시위를 이끌고 있는 전문 시위꾼'이라 칭했던 이들을 만난 뒤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사회 밑바닥 현상에 대한 연구도 많이 돼 있고 해결책도 합리적인 부분이 많다.", "전문가적인 식견도 있고, 형평성도 있어 보이고,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이고 정책에도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 최고위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전국등록금네트워크 대표단을 만나 이들이 요구하는 서민정책안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단체 대표단 전원이 촛불시위 주동자는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수배·구속되기도 했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검찰에 기소된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을 비롯한 참여연대 활동가들과 이들을 적극 지원한 민변 관계자들이 참석했기에 '어색한 만남'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2시간여의 협의에 대한 홍 최고위원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들 양측의 만족도는 꽤 높았다. 협의 시작 직전 서민특위에 만남을 제안한 이유를 "(한나라당 서민특위의) 진정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던 안진걸 국장도 협의 뒤 "전반적으로 성과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민대책 당내 반대, 시민단체 공조와 야당 찬성으로 해결?
홍 최고위원은 협의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민단체가 제시한 정책과제에 대해 "서민특위와 비슷하고, 이미 정책이 집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집행할 어젠다가 많았다, 내용에 별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민변이 전세대란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제도를 언급하면서 "상당히 탁월한 의견이라고 본다"고 호평하는 등 서민특위 활동에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정책 공조를 하는 것은 홍 최고위원에게는 호재다. 서민특위 대책 중에는 자유시장경제 신봉자들이 적잖이 포진해 있는 한나라당 내에서 반대에 부딪힐 만한 입법사안들도 많다. 그러나 정파를 떠난 정책공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법안 통과 과정에서 당내 반발도 줄이고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대책이 대부업 이자율을 30% 이하로 제한하는 '이자제한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문제다. 당내 시장주의자들의 반발이 이미 예고돼 있는 상황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이 법은 야당이 찬성하고 있다"며 통과를 낙관했다. 당내 반발이 있어도 야당과 당내 찬성표를 모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당내 반발에 부딪혔지만, '손 안 대고 코 푼' 대책도 있다. 홍 최고위원이 '은행의 영업이익 10%를 서민대출에 쓰도록 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해 적잖은 의원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은행연합회가 정부 보증으로 이뤄지던 희망홀씨라는 대출상품을 개량해 대출규모 연 7000억 원 정도의 '새희망 홀씨'라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홍 최고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전반적으로 서민특위의 성과를 낙관한 홍 최고위원이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도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 법만 통과되고 시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토지와 건물을 모두 분양하지 않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 등이 그대로 갖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대폭 낮추는 방안이다. 그는 "다음 정부나 돼야 시행할 수 있을까…"라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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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참여연대 관계자들과 서민정책간담회를 한 뒤 밝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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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홍 최고위원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내년 6월을 개헌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안상수 대표에 대해선 "무난하게 당 운영을 잘해나가고 있다"며 "조정력도 탁월하고, 국회에서 일어난 현안에 대해 방향 제시하는 것도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주 잘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홍준표 최고위원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진보단체 의외로 합리적, 언제라도 다시 만날 것"
-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만나서 대화가 잘됐나.
"진보단체 분들이 의외로 사회 밑바닥 현상에 대한 연구도 많이 돼 있고, 해결책도 합리적인 부분이 많았다. 참여연대·민변·중소상인연합회·대학생 대표단과 만남이 상당히 유익했다."
- 앞으로도 만날 용의가 있는지.
"앞으로 서민 관련 대책에 대해 전문가적인 의견이 있으면 언제라도 다시 간담회를 열고, 급할 땐 자료부터 보내라고 했다. 전문가적인 식견도 있고, 형평성도 있어 보이고,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이고, 정책에도 밝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 오늘 만나서 대화한 사람들 중에는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됐다가 잡혀서 구속되기도 했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있고,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도 있다.
"안진걸씨를 만나서 악수하면서 내가 '이젠 좀 애먹이지 마라'고 했다."
-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정책 중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없었나.
"만나기 전에 이미 다 읽어봤다.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어젠다가 우리 서민특위하고 비슷하고, 이미 정책이 집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집행할 어젠다가 많았다. 내용에 별 이견이 없었다. 서민특위에서 이미 추진된 것도 있고,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있다. 앞으로도 서민정책과 관련해서 그쪽에서 어젠다를 제시하면 한나라당 서민특위가 적극 검토해서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민 문제에 관해선 진보와 보수가 없다. 좌파 우파도 없다. 서민대책 특위를 가동하면서 진보 진영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얘길 했다. 서로 기분 좋게 헤어졌다."
- 오늘 시민단체들을 만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은데, 입법활동면에서 강력한 권한이 있는 원내대표 시절에 이런 시민단체와 만나서 정책협의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때는 공식적으로 야당과 정책협의를 했던 것이고, 지금은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서 최고위원으로서 시민단체와 협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내가 그동안 몰랐던 부분, 간과했던 부분을 알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
"가맹형 SSM 규제 지침부터 적용하고, 연말까지 SSM법 처리"
-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오늘 협의에서 이견이 있었던 걸로 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은 2개 법을 즉각 동시에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우선 지침을 강화해 가맹점형 SSM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법 개정 이전에도 똑같은 효과가 나는 것 아닌가. 내가 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2개 법을 다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 전까지는 대형마트들이 집중적으로 (개인 사업자의) 가맹점 형태로 SSM을 개설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빨리 지침을 만들어서 규제부터 해놔야 한다. 일단 규제를 하고 나면 상생법은 정기국회 말미에 가서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상생법 처리에 장애가 되는 것은 내가 말한 바 있는 '특정 마트업체' 뿐이다. 일개 마트업체가 마트 규제에 대해 국가 간 조약을 내걸고 시비를 걸면 그건 국가적인 자존심 문제이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특정 마트업체'가 상생법 처리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시민단체 주장은, 지경부가 개정하겠다는 지침이 직영점을 가맹점형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적용돼 사실상 시간끌기에 불과한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결국 상생법을 처리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도록 중소기업청 지침이 나오도록 하겠다."
- 홍 최고위원이 영국계 대형마트의 상생법 반대 로비를 얘기했고 이어서 18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지원·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특정 대형마트가 2007년 이명박 후보의 대선캠프에 매달 일정액과 함께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상관관계가 있는 내용 아닌가.
"나는 국가의 이익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고 그분들은 그것을 당리당략 차원에서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나는 아는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참 묘한 재주를 갖고 있는 분들이다. 그 정도 로비해서 외교부가 움직일 정도라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백보 양보해서 그런 일(마트업체의 대선캠프 후원)이 있다고 해도 그 정도 로비로 외교부가 움직인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견강부회라고 생각한다."
"대출이자 30% 제한, 당내 반대는 야당 찬성표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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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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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민특위 활동의 성과와 진행 상황은.
"예산이 관련되는 부분은 예결위 활동에 반영시켜야 하고, 제도를 고쳐야 할 부분은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 서민특위 대책 67개 중에서 33개 분야는 당 정책위가 수용해서 하고 있으니까 거기 맡기고, 나머지 34개 중에서 가장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은행 영업이익 10%를 서민대출에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법을 고칠 필요도 없이 은행권에서 스스로 하겠다고 합의를 봤다. 그게 먼저 해결되면서 한결 부담을 덜었다.
그 다음 과제가 대부업이 대출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문제다. 대출이자를 30%로 전면 제한하는 '이자제한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 다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문제인데, 청와대가 발표한 대책은 납품단가에 문제가 있을 때 중소기업이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인데, 거기에 더해 협의권까지 주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신청이 있을 때 대기업은 협의에 임할 의무가 생긴다.
전통시장 보호와 SSM 규제 부분은 법안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택시 문제는 출퇴근시간대를 제외하고 (중앙버스 차로가 아닌) 가로변 버스차로에 택시가 다니게 하고, 고속도로에선 오산-한남 구간에서 버스전용차로에 평일, 손님을 태운 경우에 한해 택시가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택시기사 복지 대책도 해야 하고 할 게 좀 많다."
-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에 대해서는 버스업계의 반발이 크다. 서민특위가 주최한 토론회도 버스업계 측에서 단상을 점거해 아수라장이 되지 않았나.
"버스 기사들이 와서 토론을 방해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계속 추진한다."
- 정책위에서 33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말이 좋아서 '추진하겠다'는 것이지 정책추진 주체가 서민특위에서 정책위로 옮겨진 것이고, 이렇게 해놓고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정책위를 계속 점검할 것이다. 정책위는 '신중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직은 당내 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부분이 있다."
- 서민대책 중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들도 있는데, 이자제한법 등은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당내 반발이 크지 않겠나.
"이자제한법 같은 경우는 야당이 찬성하고 있다. 당내 일부 자유시장경제론자들의 반대가 있는데, 당내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많다."
"한국 경제 바꿀 토지임대부 주택, 다음 정부에나 시행 가능할까..."
- 이 정부 들어서 대학 등록금 정책은 '대출해줄 테니, 취업해서 갚아라'는 기조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것은 등록금을 내리도록 하거나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등록금산정위원회를 실질적으로 만들어서 등록금도 원가공개 개념으로 하자는 것이 서민특위에서 내놓은 정책이다. 또 내가 서민 자제들은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가진 자'들은 돈을 좀 더 내는 등록금 차등제 법안을 이미 발의했고 지금 교과위에 (계류돼) 있는데, 의원들이 말을 안 들어줘서 고민이다. 오늘 시민단체와 만난 자리에 참석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도 등록금 차등제를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얘기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에선 막연히 듣기만 했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러나 쉽게 생각해보면 정치자금 모금할 때 10만 원은 환불해주듯이, 기업체가 대학에 장학금을 내는 것은 정부가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식으로 해서 장학금 제도도 확충해줘야 한다."
- 전세대란 문제에 대해서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대책이 없다"고 했고 정부도 마찬가지다. 서민특위의 대책은 있는지.
"오늘 만남에서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시한 것이 시프트(장기전세주택)을 확대하고 보금자리주택을 전세로 많이 돌리자는 것이다. 또 전세금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전세금 인상 상한선이 5%로 돼 있는데, 이것을 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퇴거요청을 하고 새 세입자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런데 기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게 되면, 세입자를 맘대로 쫓아낼 수 없다. 최대 4년간 처음 계약대로 계속 살 수 있다. 아직 법률적인 문제와 정책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것은 상당히 탁월한 의견이라고 본다.
서민주택정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작년에 이미 법을 통과시킨 토지임대부주택법(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실시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 구조를 보면, 부동산에 너무 많은 돈이 잠겨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제도를 실시하면 강남 기준으로는 주택값이 8분의 1 정도로 싸진다. 젊은 사람들이 평생 모아서 강남에 집 사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경제생활의 패턴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집 사려고 죽어라 저축하지 않고, 자식 교육, 문화생활에 쓰고 남는 돈은 증권투자하고 이러면 부동산에 잠긴 돈의 흐름이 바뀌고 생활이 풍요롭게 바뀐다. 그런데 이 정부 당국과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이 안 돼 있어서…. 다음 정부나 돼야 시행할 수 있을까.
보금자리주택이 (이명박 대통령) 자기 정책이라고 그것만 하려고 하면 안 되지 않나. 토지임대부 주택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잠겨 있던 돈들이 경제로 흘러가게 되니까."
- 그런데 지금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하려고 해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자금난에 빠져서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한 것 같다.
"LH공사가 아니라도 SOC에 투자하는 것처럼 민간업체가 투자해서 하는 방법도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내년 상반기까지가 적기"
- 18대 국회 초기 원내대표로 국회 운영을 이끌던 때가 좋은가, 지금 최고위원으로 서민특위를 이끌고 있는 게 좋은가.
"원내대표 시절보다 서민특위 위원장을 하는 게 훨씬 마음에 부담이 덜하다. 원내대표는 정치·경제·사회·문화·남북·통일·외교 모든 분야에 대해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그 당시 대선 패배의 앙금이 남아 있던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폭력이 난무했고,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부딪힐 때가 늘 있어서 상당히 힘들었는데, 지금은 야당이 아니라 당내를 설득하고 청와대와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주 임무가 돼 있어서 그때보다는 훨씬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 개헌을 지금 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해야 한다고 본다. 개헌은 이미 17대 때 여야의 합의사항이고 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개현의 적기다. 그 이후가 되면 대선주자가 가시화되는 시점이어서, 각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지금 개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 대통령제에 찬성했다. 4년 중임제에 찬성한다면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로 개헌할 수도 있지 않겠나. 대통령 권한이 너무 강대하니 분권형 대통령제로 하되, 4년 중임제 대통령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중재안 혹은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국회에 등원한 15대 국회 이래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늘 주장해 왔다. 황제 같은 대통령제가 되다 보니 대권을 향한 여야의 당리당략 측면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다. 대통령 권한을 분배하고 총선을 통해 집권하는 당이 수상을 맡는 소위 분권형 대통령제로 운영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여야 대치국면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구도가 필요하다. 분권형 구도로 하게 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정당도 2년 뒤에 내각을 담당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또, 통일·외교·안보·국방에 대해선 여야 정쟁의 소지가 없어진다. 그런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이 담당하고 내치는 수상이 담당하는 게 여야 극한 대치를 막아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선거 끝난 뒤 바로 이튿날부터 다음 대권을 위해 뛰는 사람들이 정쟁을 주도하게 된다. 나는 15년 전부터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각종 연설을 통해 이 주장을 쭉 해왔다."
"안상수 대표 조정력 탁월, 방향 제시 잘하고 있다"
- 전당대회 뒤 3개월이 지났다. 안상수 대표의 당 운영을 평가한다면.
"안상수 대표가 무난하게 당 운영을 잘해나가고 있다. 안 대표가 조정력도 탁월하고, 국회에서 일어난 현안에 대해 방향 제시하는 것도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주 잘해가고 있다고 본다."
- 지난 여름 휴가를 가면서 '후흑론(厚黑論·: '통치자는 얼굴이 두껍고 마음 검어야 한다'는 중국 제왕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는데, 얼마나 했나.
"공부했다. 후흑론을 공부하다 보니, 나 자신은 후흑론대로 행동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흑론대로 행동하다간 병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흑론자들을 상대로 내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가, 후흑론자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 옳은가를 더 연구할 작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