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고수는 서브프라임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
9/22 09:30 [매일경제]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증권시장에서 강세론자로 통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한 지난달 16일 5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코스피가 1600대 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2조~3조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호언했다.
그가 내다본 대로 증시는 안정궤도를 찾았다. 그는 미래에셋을 공격적 투자자라기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로 불러 달라고 주문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 회장은 21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서브프라임 문제의 소프트 랜딩과 중국 경제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 등 글로벌 자본시장 전망과 투자철학을 들려줬다.
◆ 美 FRB 불 번지도록 안놔둘것
= 먼저 그는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박 회장은 미국이 '자기 ?煊? 난 불'로 인식하는 이상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예상보다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간이 문제일 뿐 미국 경제 전체에 불이 번지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은 그동안 곪아 있던 것이 터진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해결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박 회장은 또 "미국 가계 자산구조는 금융자산 80%, 부동산 20%로 구성돼 있고 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은 금융자산이라는 큰 완충지대가 있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브프라임에 대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수한 펀드매니저란 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 올림픽 이후 더 좋아질수도
= 중국 변수를 말할 때 박 회장은 평소보다 다변(多辯)이 된다.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중국을 경제 이전에 역사, 문화와 정치라는 패러다임에서 접근한다. 그는 중국을 현재 모습만 보고 못사는 나라라고 간단히 평가절하 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수천 년 역사 중 공산주의 정권 60여 년을 제외하고는 경제를 우선시하는 중상주의 국가였습니다. 중국은 엄청난 달러 보유액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때문에 다시 공산주의로 돌아가기는 힘듭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일반적 염려에 대해서도 박 회장 시각은 다르다.
"중국이 그와 같은 염려를 모를 리 없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중국이 올림픽 이후 오히려 더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 부침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 미술품 투자가치? 모르겠다
= 미래에셋의 공격적 투자를 지휘하면서 두려움을 가져 본 일은 없느냐고 묻자 박 회장은 '공격적'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값이 싸진 주식을 골라 매수하는 것은 공격적이라기보다 전략적인 투자라고 해야 합니다. 내 투자철학은 첫째, 모르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장기투자한다. 셋째, 앞의 두 가지를 지킨다라는 것입니다. 요즘 아트테크라는 말로 유행하는 미술품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투자철학 때문입니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털어놨다. "원래 미술에 흥미가 많아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그림에 대한 안목도 가지고 있지만 미술품의 투자가치라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습니다."
박 회장은 공급이 제한적인 미술품이 '작전'에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누군가 한 작가 작품을 모조리 매수한 뒤에 그중 한두 작품만 경매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도록 조작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씨 등 작품이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 작품들은 이미 너무 비싸졌습니다."
◆ 환경ㆍ자원 매력 갖춘 호주 주목
= 박 회장은 지수 전망을 언급하는 일이 없다. 물론 투자 유망업종 등 개별적 투자 전략도 언급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환경과 자원'을 제시했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갈수록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할 겁니다. 캐나다 동부해안에서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일대도 그렇지만 환경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호주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그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자원부국이 주목받고 있지만 호주는 환경과 자원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지난 1년간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IB와 손잡고 유망지역을 골라 투자하는 '인사이트 펀드'를 준비하는 데 열정을 쏟은 것도 바로 글로벌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오는 11월 시장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박 회장은 끝으로 한국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특히 M&A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창업주들이 M&A에 대해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창업했다가 회사 팔고 하면 '먹튀했다, 망했다'고 비난하는데 경쟁력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를 맡아 제대로 된 경영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또 인수ㆍ합병을 막는 규제 역시 정비돼야 합니다."
그는 또 "미래에셋이 SK생명을 산 것도 잘했지만, 그걸 판 SK도 참 잘했다고 본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이 '(SK생명)경영을 잘할 사람이 회사를 가져 가서 좋다'고 말해줘서 참 고마웠다"고 소개했다.
[이창훈 기자 / 이소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