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정서분석
내가 근무할 때 관찰한 기록이다.
개천에 암컷오리 하나가 태어나서 자라면서 수영도 하고 먹이도 찾고 어느 정도 사춘기가 오자 오리들도 찾아오고 자신이 자란 개천을 둥지로 여기고 아주 건강하게 활동하고 친구들도 사귀고 수컷 중에 맘에 드는 놈을 좋아하고 다른 놈은 쫒아내기도 해서 평균적인 오리로서 건강하고 활기차고 자신감도 무난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밤에 비가 억수로 솓아지는 날이 있었다. 그 오리가 놀고 자랐던 곳을 삽시간에 불어난 물은 삼키고 말았으면 숫한 곤충들과 작은 생명체들을 순식간에 쓸어가버렸었다. 그래도 비는 그치지 않고 종일 비가 내렸었다.
나는 그날 밤 그 오리를 구해주려는 마음이 들어서 지켜보았는데, 이미 물길도 세차고 오리가 의지하던 주위의 숲들도 모두 물에 잠기고 말았기에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오리는 아주 알에서 깨어나서 중 오리가 되기까지 머물던 터전이 물에 잠겼어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안간힘을 쓰면서 그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물살은 세고 물길에 높이는 개천의 모든 것을 삼키고 쓸어가고 있었다.
오리도 곧 소용돌이에 휩쓸려가려니 생각했었다.
바람에 잘린 나무 가지라던가 풀뿌리 대부분의 다른 것들은 떠내려가고 오리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강으로 휩쓸려가서 죽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눈길은 오리가 머물던 곳을 틈틈이 보게 되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비가 그치면서 개천의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아침이 되자 원래의 개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오리의 생사가 궁금해서 살폈는데, 기적적으로 오리는 살아서 자신에 터전으로 돌아왔었다.
오리에 모습은 한마디로 시궁창에 딩군듯이 날개고 깃털이고 엉망진창 그대로 얼마나 놀랐는지 오리는 자신이 놀던 터전의 덤불 속에서 극도의 공포(트라우마)를 보였었다.
예전에 놀던 수컷이 찾아와도 전혀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왔으며, 간혹 먹이를 주려는 나에게도 적대감을 보였었다. 오리는 공포감에서 헤어나지 못해서 숲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저러다간 굶어 죽겠지 하는 생각에 먹이도 주고 해봤지만, 오리는 굶주림을 선택하고 덤불 속에서 극도의 환경에 대한 공포감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계속 지켜볼수 있었다.
그 후에도 오리는 정상을 찾지 못하고 경계심으로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는 것을 지켜보았었다.
오리는 인간처럼 홍수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아마도 엄청난 죽음의 공포인 홍수와 사투를 벌여서 살아남았지만 오리의 정서는 정상상태를 회복하지는 못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그 오리가 인간이었다면 정상화 시킬 수 있었을까?
인간은 언어가 있으므로 공포와 홍수에 대해서 이해를 시킬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오리가 좋아하던 수컷과의 관계마저 단절하고 숲속에서 숨어 지내는 오리의 모습을 여름 내내 지켜만 보아야만 했었다. 오리를 켜보면서 인간도 생사의 극한 공포를 겪게 된다면 그러한 불신을 해소하고 정상생활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리 이해를 시킨다고 해도 자신이 격은 공포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북미회담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오리 생각이 났다. 과연 북한 동포들이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고 평화를 선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미회담이 성공할 여건은 주변국에 의해 갗추어졌다고 보인다. 특히 중국이 철강능력이 한국에 12배가 넘는 팽창일로에 있어서 중국의 제강능력을 소모할 시장이 꼭필요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의 건설 수요를 진작해서 중국의 철강재들을 무상원조를 통해 북한이 개발을 할 여지는 충분하다.
2018.6.5 배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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